< 주부도감 > 그냥, 그녀에 대한 사적인 서사
‘오늘은 아침을 준비했더니 짝지가 맛있게 먹었다. 냉장고 정리도 하고 창틀도 닦았다. 매우 상쾌하고 보람찬 하루다.
역시 난 주부가 적성에 잘 맞는다.’
‘작업실에서 집으로 돌아와 남겨진 설거지를 하고 분리수거를 했지만 역시나 아무런 티가 나지 않는다.
누군가 알아봐 주면 좋겠지만 내가 먼저 티를 내자니 어쩐지 좀스럽고 억울하다.’
이렇게 강나래 작가는 오늘도 가사노동의 현장에서 때로는 즐기며 때로는 괴로워하며 주부로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작업의 세계에서 ‘가사활동’을 주제로 활동하고 있다. 결혼 후 ‘가사’가 삶에서 필수적으로 차지하는 시간적/물리적 비중이 매우 컸기에, 작가는 이것을 하나의 영역으로서 인지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고 한다.

⌜애들 엄마들하고 다같이 친하게 지내고 그래도 서로 이름을 몰라요. 다 누구 엄마라고 부르지, 본인 이름은 없어⌟    - 도봉구 주민 이은지
⌜일단 주부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구요, 꼭 있어야 하고. 그 집의 중심이고. 그리고 음...오케스트라의 지휘자?⌟    - 도봉구 주민 김명자

그녀들의 삶을 엿보며 얻어낸 단서들에는 저마다의 사적인 서사가 깃들어있다. 이 작품에서 완벽한 기록자를 자처하며 두 주부의 단상들을 소개하는 작가는, 사람들이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를 바란다. 그녀의 이야기를 보기 위해 손을 뻗어주길 바란다. 희미하게 지나쳤던 그녀의 찰나들을 비춰주길 바란다.  그리고 당신의 곁에 있을지도 모를 그녀 또한 궁금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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